프로그래밍을 공부한 지 5달이 지났다. 이런저런 정보들로 인해 TIL겸 기술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내가 지식을 습득하고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라도 어설픈 기술포스팅을 그만두고 나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How I started to study programming
2022년 기준, 29살의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유치원에서 일하고,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고, NPO(비영리단체)에서 일했다.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즐겁게 했고 이제 남들이 말하는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시점이 왔다.
무역? 번역? 영어강사? 어떤 쪽으로 커리어를 정할지 고민하던 차에 코딩이 생각났다. 현직에서 개발자로 현직에서 일하는 지인들도 있고, 또 요즘 많이들 공부하던데 싶어서 '코딩 포기하는 이유'를 검색해봤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나와 잘 안맞아서 포기하기엔 이미 시행착오와 경험에 시간을 많이 썼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지만 모두가 성공적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걸 알기에 포기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듣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렇다 할 자료가 많이 없었고 자신과 잘 맞지 않아서라는 매우 추상적인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어느 지점이 잘 안 맞았냐구요...)
여러 영상 중 코딩이 나와 잘 맞는 지 확인하고 싶다면 이 사이트 게임을 해보라는 영상 발견.
https://web.stanford.edu/~cpiech/karel/learn.html
아주 간단하게 코딩을 맛볼 수 있는 게임인데 꽤 난이도 있는 단계까지 성공하니 엄청 뿌듯했다.
개발자 친구에게 자랑했더니 개발쪽으로 생각있냐고 물으며 진지하게 진로상담을 해줬다. 친구의 이야기가 도움이 많이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 짧은 순간의 코딩이 재밌었고 성취감이 들었다. 재밌다!
이 커리어의 전망을 밝지만 그만큼 아주아주아주 열심히 해야한다고 친구가 신신당부를 했다. 아주아주아주 열심히 하는 건 내키지 않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래 봬도 전교 3등으로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도 무사히 졸업했다구.
해보자. 열심히.
Joy and Accomplishment
친구가 공부의 로드맵을 도와주면서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Html, css, Javascript, React, typescript, git등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영역을 두루두루 공부했다. 아, 나는 프론트 엔드로 방향을 정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눈에 보이고 바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점이 좋고 재밌었다.
우아한 테크 코스에서 프론트엔드 과제로 깃 허브에 올라온 '야구게임', '레이싱게임', '자판기'를 구현해보면서 엄청난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꼈다. 한 가지 기능을 구현해 낼 때마다 내 머리를 쓰담듬어줄 만큼 뿌듯하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내 전공은 영어통번역이었는데 이 분야에서는 딱 떨어지는 답이 없기 때문에 '해냈다!'라는 감각을 느끼기 어려웠다. 코드도 물론 정답이 있는건 아니지만 '구현'이라는 순간을 마주할 때 '해냈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신기했다. 비단 영어뿐만 아니라 나는 인생 전반에서 성취욕과 성공욕심이 낮은 사람이라 코딩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이 낯설면서 좋았다.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보니 코딩이 내가 유일하게 성취욕을 가지며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Struggle
물론 힘들었다. 일단 나는 너무 오랜기간 공부하고 싶지 않아서 고시공부처럼 빡세게 하려고 마음 먹었다. 하루종일 공부하는 일상을 몇달 남짓 이어갔다.
8시 기상 ➡️9시 공부➡️12시 점심➡️1시 공부 재게➡️ 6시 저녁 ➡️7시 공부 재게 ➡️ 9시 운동➡️10시 자유시간 ➡️12시 취침
물론 중간중간 쉬기도 했지마 꽤나 타이트한 스케줄로 열심히 했다. 한달 정도 후에 코딩테스트를 알게 됐고 우아한캠프에한번 지원해보기로 했다. 알고리즘을 공부하고 코테 문제를 푸는데 아주 어렵고 재미도 없었다. 당장 1번, 쉬운 문제도 못푸니까 옅은 자괴감도 들었다. 그래도 코테날까지 노력해봐야지 생각해 매일매일 문제를 풀고 풀이를 보고 알고리즘을 공부했다. 결과는 당연히 1차 탈락이었다. 너무 당연해서 결과에 대한 타격은 옅었지만 코테 이후에 공부해야할 게 너무 많다는 압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공부했는데 뭐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느낌과 하나를 공부할 때마다 그에 따른 정보의 깊이가 너무 깊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3개월치의 성장을 한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고 공부하는 방법과 방향이 잘 가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가 없어 괴로웠다. 뭐 이 시간들의 고통은 나름 온전히 느끼고 또 다음 스텝으로 나아갔다. 이 불안은 취준생으로서 필수불가결한 감정이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인정하고 나니 다시 현재로 돌아와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So far?
내 예상보다 더 잘 맞고 즐겁고 재밌어서 코딩을 공부하는 게 잘한 선택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너무 고시공부처럼 접근한 점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개발자 커뮤니티가 중요하고 함께 공부하는 동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실력향상과 포토폴리오를 위한 프로젝트를 해야하는 데 같이 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
이 결론을 가지고 부트캠프 또는 국비지원을 듣기로 결심했다.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더 배우고 즐겁게 코딩하고 싶고 어느정도의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나의 다음 스텝은 국비지원 프로그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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